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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표

 

                    범주(카테고리아, 範疇)들을 옮기고 나서

 

소피스테스 편을 옮기고 난 후 일 주일 만에 카테고리아이를 옮겼다. 육 일 걸린 셈이다. 베케리 판 본 분량으로 8 장 15 쪽 이어서 인지 일찍 끝나 산뜻하다. 하루에 14 시간 정도 작업 했으니 도합 84 시간 정도 걸렸다. 한 쪽에 5 시간 20 분 정도 들었으나, 영어 2 개 번역 본과 독어 1 개 번역 본 중 J.L.Ackrill 영어 번역 본을 주로 참조하여 한글로 번역하고 바로 위에 헬라어 원문을 그대로 옮겨 쓴 후, 왼 쪽 공간에 요약을 하면서 관련 단어들을 지시하는 데 든 시간까지 합한 것이 다섯 시간 정도였으니, 아마 순수 번역 시간은 쪽 당 두 시간 반 정도 걸렸을 것이다. 걸린 시간을 나누어 보면, 번역에 40%, 헬라어 원문을 그대로 옮김에 10%, 요약에 30%, 지시하는 데 10%, 나머지 조작에 10% 정도 될 것이다. 내 스스로 번역 할 수 있는 시간에 빨리 닥아 서기를 기대 해 보며, 간단히 범주론을 요약 해 보려 한다.

 

둘 다 어렵긴 해도, 플라톤의 소피스테에스 편 보다는 카테고리아이가 더 쉬었던 것 같다. 동사도 많은 부분이 현재 형 또는 부정(不定) 형이어서 변화가 훨씬  단순했으며, 명사 형용사 변화 폭도 적었고, 간간히 '일상적'인 부사가 눈에 띠었다. 논의도 지극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아주 섬세하게 해당 용어들을 그 당시 쓰임새에 따라 갈라 나누어 나간다. 미세하게 차이나는 것들도 구분해 내어 다르게 말한다. 언 듯 보면 같은 말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상식에' 맞게 찾아 들어가지면서 미묘하게 갈라진다.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 라고 말하지 않고, 이렇게 또는 저렇게 '말해진다'(레게타이)고 하면서, 논의를 끌고 나간다. 소피스테애스의 정의(로고스, 소피스테스 221b1)를 찾아, 류에서 종으로 좁혀가면서 나누어지듯(소피스테애스 267d5-6), 레게타이하는(말해지는) 것들이 나누어지면서 범주(카테고리아)들로 나타난다. 이렇게 나누어지는 길은 소피스테애스를 거쳐, 카테고리아들을 지나 타 메타 타 퓌지카(1037b28-29)로 흘러 들어 간다.  그 화제 또는 주제에 있어서 뿐 만 아니라, 그 방법에 있어서도 소피스테스와 파르메니데스는 카테고리아이를 지나 메타퓌지카에 다다른다.

카테고리아이는 메타피지카로 가는 길 목처럼 보인다. 커다란 줄기따라 흘러 들어오는 화제를 먼저 간략히 목 짚어 소개 한 후, 메타피지카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로고스에 있어서는 '설명'보다는 소개가 먼저이듯(14a2-3), 큰 길 또는 주요 지점에 있어서도 그리로 가는 길 목이 먼저일 터이다. 길목이 중요하다. 길목에서 노리고 있으면, 무엇인가 잡히게 된다. 카테고리아이도 메타피지카도 후세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 강의록을 사후(死後)에 편낸 것이므로, 선 후 보다는 내용 상 흐름과 변화가 더 중요하다.

 

후세 사람이 편집한 것이어서 그런지 범주론 중간에 아리스토텔레스 본인의 글이 아닌 듯한 것(11b9-18)이 끼어있다(아크릴은 후세인이 편집할 때, 덧 붙힌 것이라고 한다- Jonathan Barnes 편집 아리스토텔레스 전집 25쪽.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끼어있는 이 글 도막을 축으로 내용이 확연히 갈라 진다. 그 이전 1b25-11b8까지는 범주들 중, 실체, 량, 관계, 질, 행함, 당함 등이 설명되나, 그 이후부터 끝까지(11b19-15a16)는 이러한 범주들을 설명하는 데 쓰여진 말들 중, 대립, 먼저, 동시에, 움직임 등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반 부 시작 부분(1a1-1b24)에서도 범주들이 설명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말들 곧 호모뉘마(동음이의어), 쉬노오뉘마(동의어), 빠로오뉘마(동근어, 同根語), 연결(쉼프로케애스), 기체로부터, 기체 안에, '차이' 등이 설명되며, 후반 부 끝 부분(15a17-15b34)에서는 지님(토 에케인)이라는 범주가 설명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용어들과 뒤 섞어지면서 범주들이 설명되는 전반 부 그 이후(1b25-11b8)는 그 나머지 부분들과 언급되는 그 방식에 있어서 선명하게 차이난다. 이러한 부분들은 다시 아래처럼 정돈 될 수 있다.

 

1) 범주들을 기술(記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용어들을 설명하는 부분[1a1-1b24(1-3장), 11b19-15b16(10-14장)]: 1장(호모뉘마, 뉘노오마, 빠로오뉘마), 2(연결, 기체 안에), 3(차이, 헤태론), 10-11(대립), 12(먼저), 13(동시에), 14(움직임).

2)범주들을 기술하는 부분[1b25-11b14(4-9장), 15b17-b33(15장)]: 4(열 범주), 5(실체), 6(), 7장(관계), 8(), 9(행함, 겪음), 15(지님), 어디, 언제, 상태. 이러한 범주들은 다시 아래 도표처럼 요약 될 수 있다.

 

                            

 

                                         <도표 1>

 

그런데 위 도표 1에서는 실체와 량과 관계와 질과 행함과 겪음과 지님 등 일곱 가지 범주 만 언급 됐을 뿐, 나머지 세 범주 '어디'와 '언제'와 '상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 세 범주는 아래 인용 글월에서만 간략히 열거될 뿐 그 이후의 범주 설명에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 어떤 연결도 있지 않다고 말해지는 것들 각 각은 실체 또는 또는 또는 관계 또는 어디 또는 언제 또는 상태 또는 지님 또는 행함 또는 겪음 등을 가리킨다. 간략히 말하면, 실체의 보기들은 사람과 말[馬]이며, 량의 보기들은 2 규빗과 3 규빗이고, 질의 보기들은 흰과 문법적인이며, 관계의 보기들은 배와 반과 더 큰이고, 어디의 보기들은 뤼케이온에서와 시장에서이며, 언제의 보기들은 어제와 작년이고, 상태의 보기들은 누은과 앉은이며, 지님의 보기들은 신 신은과 무장한이고, 행함의 보기들은 자르는과 타오르는이며, 겪음의 보기들은 잘려진과 태워진이다(1b25-2a4) "

 

실체, 량 등 등을 범주라고 직접 지칭한 곳은 여기 범주론에서는 딱 한 군데(10b20-25)이다-형이상학에서는 여러 군데(1028a13, 1004a29, 1045b28, 1068a8)서 나타난다-. 위 인용 글월에 따르면, 실체 량 등 등은 어떤 연결(쉼플로케)도 있지 않는 것들이다. 따라서 위 두 곳 만을 이어보면, 카테고리아란 어떤 연결도 지니지 않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이 두 곳이 적절히 이어지는가? 과연 그 당시 카데고리아는 '어떤 연결도 지니지 않는다'고 주로 말해져 왔는가? 어째든 연결에 관한 글월은 다음과 같다.

 

" 말해진 것들 중에서 어떤 것들은 연결지어 말해지나, 다른 것들은 연결지워지지 않고 말해진다. 연결지어 말해지는 것들의 보기는 사람이 달린다 사람이 이긴다이며, 연결없이 말해지는 것들의 보기들은 사람 황소 달린다 이긴다이다(1a16-1a19)"

 

"[연결되지 않는 10 가지] 것들로부터는 그 자체 어떤 긍정도 말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들이 서로 연결되면, 긍정된다. 그럴 것이 각기 긍정은 진실이거나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결없이 말해지는 것들은 진실 또는 거짓일 수 없다. 사람 흰 달린다 이긴다 처럼 말이다(2a5-10)"

 

"......예를들어 ' 그는 앉아있다'와 '그는 앉아있지 않다'처럼 긍정과 부정은 대립되므로, [그에 상응하는] 각 프라그마 '앉은 그'와 '않지 않은 그'도 대립된다(12b12-15)"

 

그렇다면, 카테고리아는 연결되지 않는 프라그마(사태)인가, 아니면 연결되지 않는 (낱) 말(로고스)인가. 프라그마라면, 그 프라그마가 쪼게진 것이 카테고리아인가? 그렇다면 프라그마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