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마이오스에 들어 가며.

 

맨앞

목록

맨끝

세요약

 

파르메니데스 옮겨쓰기 끝난 후 한 달 남짓 흘렀다. 여러 가지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 중 선자 결혼이 나에게 가장 큰 의미로 닥아섰다. 선생님 결혼 할 때까지 기다려 줘요 했던 선자가 결혼했다. 그 당시에는 아이의 투정 정도로 받아드려졌으나, 지금은 아이로서의 선자의 마음이 너무 진실했던 것같고 그 진실에 영혼이 끌렸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리고 여인으로서는 선자가 나를 가장 잘 이해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점이 아쉽다. 소라 소리로 닥아 섰던 소녀 아니 처녀 여인에게 내가 남자로 닥아 서지 않고 어디까지나 '선생님'으로서 남아 있던 것은 슬픔이자 슬기로움이었다. 이제 그녀는 자기 세계를 열기 시작했다. 아이를 통해 그리고 자신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 할 것이고, 그 세계 안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를 지켜 가면서 넓혀 갈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자신이 지금 있는 의미를 발견 할 것이다. 그 의미를 깨달음으로서 늘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끼어들고 싶다. 그리고 선생으로 남고 싶다. 모자라는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 준 선자에게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주님께서 축복 하시리라.

그 다음으로 내게 충격으로 닥아 선 것은 은주가 300 만원을 아버님께 빌려 준 사건 이었다. 고마운 일이다. 아버님께서 잘 헤쳐 나가셔야 할텐데.......내 몫을 나도 해야 할텐데......

생명같은 시간을 뺏어 간 것 주범은 컴퓨터였다. 컴에 대해 나는 여지껏 멍텅구리로 있었다. 이 멍텅구리에서 벗어 나기로 맘 먹고, 10일 간 컴퓨터와 전화를 들고 살았다. 그 결과 지금의 나는 어설픈 자신 감을 아주 조금 컴에 퍼 붓고 있다. 전화를 쓰게 해 준 김 순경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렇다고 논문에서 아예 떠난 것은 아니다. 생각은 늘 있음은 무엇인가에 머무른다. 이제껏 읽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논몬은 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곤 하나, 이는 내가 연약해진 탓이리라. 어디 이제 써 불자.

 

쓰고 나니 어언 한 달이 지났다. 안정된 기간이었다. 차츰 주위가 정돈 되 간다. 장작도 조금씩 쌓여 간다. 그러나 쌀이 줄어 드는 것이 마음쓰인다. 어찌 쌀을 채울 것인가......

 

파르메니데스 편을 옮겨 쓰고 난 후에는 이렇게 허전하지 않았는데, 매우 허전하다. 아마 '에이나이'에 관한 언급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끝나는 부분이 너무 허왕돼서였을까? 나는 현대 과학이 옳다고 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건 부분적으로건 과학자들이 모든 것을 다 이해 하고 있다고 보지 않으며, 자기 분야에 있어서도 잘 못 이해 하고 있다고 여기는 내가 마지막 기대고 있었던 곳이 플라톤이었고-물론 성서를 제외하면 그렇다-, 플라톤이 쓴 티마이오스 편이었는데, 그 티마이오스가 너무 허왕되게 끝나서였을까? 지금 나는 안경을 쓰고 있다. 안경을 벗으면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이다. 안경도 일 종의 현미경이며, 현미경을 쓰고 본 자연의 모습은 덜 정확한 자연이라고 믿기에, 나는 늘 자연을 잘못 보고나 있지 않은지 하는 조바심에 휩쌓이곤 했다. 지금껏 내가 철학에서 진리를 찾은 것도 과학이 맨 눈을 통해서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미경과 기타 도구를 통해 있는 것 전체와 그 부분을 보고 판단하는 데 반해, 철학은 현미경을 통하지 않고 맨 눈을 통해서 있는 것을 보고 판단 해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맨 눈에 보이는 것을 크게 해서 본다고 해서 문제의 그것 전체를 더 잘 이해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더 잘 이해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맨 눈에 비치는 것에 대한 생각(누우스)이다. 이런 누우스를 모든 사람이 지니고 있을까? 모든 과학자가 이런 누우스를 지니고 있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만약 문제의 과학자가 누우스를 지고 있지 않다(아노이안 avnoian( 86b3)면, 그 사람의 영혼은 병 걸려 있다.

그런데 티마이오스에 따르면, 그 누구가 인류에 속한다고 해서 그가 누우스를 곧 바로 보장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우스를 지니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누우스는 신들과 약간의 인류 만이 나누어 갖기 때문이다(51e5-6)'. 여기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는 '약간의'(bracu,)라는 형용사를 쓴다. 만약 '약간' 대신에 '몇 몇'을 오려 넣을 수 있다면, 위의 인용 글월은 '모든 사람이 누우스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몇 몇 사람들 만이 누우스를 지닌다'로 읽혀 질 수 있으리라.

이러한 누우스로부터 생산된 것들(47e4)과 필연으로부터 생성된 것들에 대해 말하는 부분(27c1-92c9) 그리고 이러한 말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도입 부분(17a1-27b7)등 둘로 티마이오스는 나뉘어진다

 

티마이오스에서 주로 말하는 사람은 이탈리아 로케이도스 출신이며, 이 도시의 주요한 공직에 있는 부유하고 철학의 절정에 다다른(20a1 이하)티마이오스이다. 이러한 티마이오스를 비롯 소크라테스 크리티아스 헤르로크라테스 등이 도입부에서 서로 말을 주고 받다가, 본론에 들어가서는 티마이오스 만 홀로 이야기 하고 다른 세 사람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듣기 만 한다. 연이어지는 향연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말 잔치는 그 주인에 따라서 내용도 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어제(17b1-4) 향연 주인이었던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말을 쏘다 낸 뒤에다가, 차례로 향연을 배풀면서 말 잔치의 주인이 되기로 한 약속 때문에 침묵을 지킨다. 그리고 어제 소크라테스가 가장 뛰어난 국가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 언 듯 떠오르는 고대 아테네 전설을 간 밤에 조리있게 기억해 냈던 크리티아스는 오늘 다시 베풀어진 향연에서 펼쳐지는 대화 또는 말 잔치 도입부에서 간략히 말한다. 그리고 헤르모크라테스는 딱 한 번 도입 부에서 짤막히 끼어 들 뿐이다(20c4-d3).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티마이오스 내용은 국가와 이어지는 내용일거라 여겨진다. 실로 도입 부에서는 고대 아테네 전설이 말해지면서 그 내용이 국가와 연관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하기로 한 순서에 따라 티마이오스가 말하면서부터는 그 내용이 사뭇 바퀴는 듯하다.

 

"우리 중에 가장 나은 천문가이면서 모든 것의 자연에 관해 특별히 연구한 자인 티마이오스가 우주의 생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사람의 자연에 이르기까지 먼저 말하기로 돼 있습니다(27a3-6)"

 

그래서 이야기는 가장 뛰어난 국가라고 추켜세워지는 고대 아테네로부터 모든 것의 생성과 사람의 자연으로 옮아간다. 언 듯 보면, 내용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리라. 국가와 우주 또는 사람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끊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라톤에게서도 그러할까? 아니다!

 

"그렇다면 친구여 각자(사람)은 이 동일한 에이도스들을 자기 영혼 안에 지니고 있을 것으로, 그리고 도시(국가) 안에도 이것들과 동일한 속성들에 의해서 고유하게 동일한 명칭들을 지니는 것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네. 반드시 그렇소 라고 그는 대답했다 ...... 그러면 국가 안에 있는 것들과 동일한 에이도스들이 우리 각자 안에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나는 말했다네. 그것들은 다른 데서 얻어지지 않는다. 정열 에이도스를 지니는 시민들로부터 국가 안에 있는 정열이 이끌어 내어지는 것은 아니다 라고 상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국가 435c4-e5)"

 

국가에서 인용된 글월에 나온 '정열 에이도스'(to. qumoeide.j( 435e4)라는 영혼의 부분은 티마이오스에서 누우스와 필연으로부터 생성된 죽은 영혼에 속하는 '정열의(qumou/( 70a3)영혼'과 같다. 이로서 알 수 있듯이, 국가와 사람은 서로 끊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을 크게 쓴 것이 바로 국가이다-물론 류로서의 인간이지 개별자 인간은 아니다. 그 영혼에 있어 연결된 것이다.

따라서 어제의 대화와 오늘의 대화는 그 내용에 있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아울러 우주 역시 사람과 끊어진 것이 아니다. 우주의 몸을 이루는 4 가지 류인 흙 공기 물 불로 사람의 몸은 이루어지고(31b5 이하), 우주의 둥근 움직임을 닮은 둥근 머리를 사람은 지니며(44d3), 죽지 않는 아르케인 영혼을 죽을 류인 사람이 지니기 때문이다(42e5이하).

국가와의 연결고리인 영혼에 관해서도 말하는 티마이오스는 자세하게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는 방식으로 쓰여진다. 다시 말해, 티마이오스는 우주와 생물의 아르케 또는 원인을 짤막하게 말 할 뿐이다. 짤막하게 말하는 그 만큼 여러 광범위한 분야가 건드려진다. 건드려지는 범위는 다음과 같다.

 

누우스로부터의 생성

 

1)우주에 관하여(30e1-37c5)

 

  1-1)우주 생성 원인(30e1-c1)

 

  1-2)우주는 무엇과 같을까?(30c2-31a1)

 

  1-3)하늘은 하나인가?(31a2-31b7)

 

  1-4)우주의 몸과 영혼(31b8-37c5)

 

2)시간 생성(37c6-38b5)                                

 

3)별에 관하여(38b6-39e2)                                          

 

  3-1)별 생성(38b6-39e2)

 

  3-2)하늘의 신들 생성(39e3-40d5)

 

  3-3)다른 신들(40d-41d3)

 

4)영혼 생성(41d4-42e4)

 

5)생물의 몸과 영혼 생성(42e5-46c6)

 

  5-1)몸과 영혼의 섞음(42e5-44d2)

 

  5-2)생물의 몸 부분들(44d3-46c6)

 

 

필연으로부터의 생성

 

6)원인들 두 가지 류(46c7-47e2)

 

7)모든 것의 세 가지 류-에이도스 자연 공간

                                           (48e1-53c3)

 

8)몸들 생성(53c4-61c2)                                

 

9)몸의 속성들과 살들의 생성(61c3-68d7)                 

 

  9-1)몸의 일반적인 속성-감각(61c3-65b3)

 

  9-2)몸의 고유한 부분들의 속성-감각

                                     (65b4-68d7)

 

10)요약(69a6-69d6)

 

11)죽는 영혼 생성(69d7-72d3)

 

 

누우스와 필연으로부터의 생성

 

12)몸의 나머지 부분들 생성(72d4-77c5)

 

13)혈관과 숨과 피 생성(77c6-81e6)

 

14)병에 관하여(81e7-90d7)

 

  14-1)병의 에이도스(81e7-86a8)                   

 

  14-2)영혼의 병(86b1-87b9)                          

 

  14-3)몸과 디아노이아(영혼) 돌보기

                                   (87c1-89b3)

 

  14-4)병 치료(89b3-90d7)

 

15)남자 이외의 다른 생물 생성(90e2-92c3)

 

16)총괄적인 끝내기(92c4-92c9)

 

 

        앞 쪽 분석에서 드러났듯이, 티마이오스는 오늘 날의 물리학 생물학 수학 화학 의학 신학에 연관되는 주제들을 흟고 지나간다. 흟고 지나가는 가운데 철학(필로소피아)가 위로 떠 오른다. 이러한 분야들을 폭 넓게 걸치는 티마이오스의 말은 생성된 것들 또는 생성을 감쌓고 돈다. 위에서 언급된 모든 것들은 생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생성하는 신들마져 생성된 것이다.

아울러 생성된들 또는 생성에 관한 의견은 단지 개연적일 뿐이지 정확한 것은 아니다 라는 주장이 도드라진다.

"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여 신들과 모든 것의 생성에 관한 많은 의견들 중에서 각기 모든 측면에서 정확하고 서로에게 일관된 말들을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 불 가능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어떤 것끼리의 서로 닮음성인 개연성(에이코타스, eivko,taj)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말하는 나와 판단하는 당신은 단지 자연을 지닌 인간들임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기 때문이며 [신들의 생성과 모든 것의 생성에 관한 의견들은] 개연적이고 더 이상 논증 될 수 없는 신화들임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29c4-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