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이 세 대화 편에서 있음 또는 있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글을 요약하고 난 후, 내 생각의 흐름은 막히지 않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 멈칫 멈칫하는 듯 해 보인다.
분량으로만 보자면, 논문의 반을 채우는 줄거리가 이미 만들어져 있어야 만 한다. 그러나 딱히 무엇을 꼭 집어 낼 수가 없을 것 같다. 허전하다. 아마 그 초점이 맨 처음의 내 방향과 어긋나가고 있어서 일리라. 애초에 나는 문법적인 쓰임새를 찾고 있었다. 에이나이(있음, 존재)와 온(있는 것, 존재자)는 문법적인 쓰임새를 통해서 그 글자 모양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법적으로 다른 의미들이 이 둘 각 각에 제공 될 수 있다. 에이나이는 부정형이요 온은 분사형이다. 그러나 이 구분은 훗 날 영어 문법에 해당되는 구분일 뿐 그 당시 문법에 따른 구분은 이와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사료되긴 했어도, 그러한 구분을 통해서 모든 것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세 대화 편을 통해 드러난, 지금까지의 결론은 있음과 있는 것을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분명 구분되기는 한다. 엄청 서로 다른 것을 있음과 있는 것(곧 존재와 존재자)이 가리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지금의 나로서는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 이 두 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종합하는 제 3 단계 요약이 끝나면, 그 다름이 드러 날 것이다. 지금도 대략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참자.
티마이오스에서는 생성되는 것과 결부되고 '있는' 것 또는 있음이 말하여지며, 소피스테애스 편에서는 있지 않는 것과 결부되어 '있는' 것 또는 있음이 말하여지는 반면, 파르메니데스 편에서는 하나와 결부되어 '있는' 것 또는 있음이 말하여진다. 생성되는 것은 있지 않는 것이다 라고 직접 말하여지므로 앞 두 대화 편에서는 있지 않는 것과 결부되어 '있는' 것 또는 있음에 관해 말하여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있지 않는 것은 있지 않(는 것이)다(ei=nai( 38b3)'에 관해 말할 때(kairo.j( 38b4)가 아니라는 티마이오스 편의 언급은 앞 두 대화 편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티마이오스 편과 소피스테애스 편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 주제에 있어 연결된다. 물론 '있지 않는 것은 생성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소피스테애스 편에 직접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에 '있지 않는 것은 (있는 것과) 다른(헤태론한) 것이다' 라는 로고스가 직접 주어진다. 그런데 바로 이 (말)로고스는 그대로 파르메니데스 편에서 직접 주어진다. 다른 것이기는 한데 무엇과 다른가? 다른 것과 다르다 라는 말이 덧붙혀지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있지 않는 것에 관한 이 세 대화 편의 말은 분명히 서로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보충하고 '있다'. 티마이오스 편에 따르면 있지 않는 것이란 생성되는 것이며 소피스테애스 편에 따르면 있지 않는 것이란 있는 것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있는 것(차이나게 있는 것)이고 파르메니데스 편에 따르면 있지 않는 것은 다른 것과 다르게 있는(차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 대화 편 각각의 내용은 고유하다. 티마이오스 편은 있지 않는 곧 생성되는 것에 관해 포괄적으로 말하는 반면에, 있는 것과 있지 않는 것을 주제로 삼는 소피스테애스 편은 그 시대 소피스테애스의 정의를 예로 들면서 정의하는 방법 일반을 보여주며, 파르메니데스 편은 하나와 다른 것이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맺는 관계에 대해 곧 그것들이 서로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대화 편들이 어느 한 특정 주제로 밀접하게 묶어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바로 그것이 있음(존재)이기 때문에 나는 플라톤의 있음에 관한 텍스트로 이 대화 편들을 우선 선택했다. 다른 대화 편에서는 산발적으로 그에 관한 논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티마이오스 편은 생성과 구분되고 '있는' 것의 측면에서, 소피스테애스 편은 있는 것과 있지 '않는' 것의 양 측면에서, 파르메니데애스 편은 하나로 있는 것과 하나로 있지 '않는' 것(하나와 하나 아닌 것)의 측면에서, 있는 것에 관해 각 각 말한다. 그리고 이 셋 중에서도 뒤엣 것 둘에서 있는 것이 주로 말하여진다. 실체(우시아)와 비(非)실체(mh. ouvsi,aj( 소., 162a8)를 나누어 지님(mete,cein( 파., 143a4)을 통해 다른 류와 종들이 서로 교통하는 길, 다시 말해 있거나 있지 않는 길에 대해 그 두 대화 편은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있는 것 그 자체를 주제로 삼아 말하는 것은 소피스테애스 편 뿐이다. 파르메니데스 편은 우시아(실체)를 나누어지니고 '있는 그리고 있지 않는' 길을 우선적인 주제로 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소피스테애스 편에서 드러나는 우시아(와 있음)을 여러 이데아( 또는 에이도스)들이 나누어 지니고 있는 바로 그 길에 대해 파르메니데스 편은 말한다. 내가 보기에는, 바로 이러한 우시아(실체)를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범주들(특히 4장) 그리고 형이상학(특히 제애타, 에애타, 테애타, 람다 편)에서 문제 삼는 것 같다. 플라톤의 그 두 대화 편은 'to. o;n$있는 것%'과 'ei=nai$있음%'과 구분될 수도 있을 ouvsi,a(우시아, 실체)를 거론하기는 하나, 그 우시아를 문제 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두 책에서 각기 것의 실체(ouvsi,a e`ka,stou/(형., 1041a27)에 관해 말하는 것이 아닐까?
있는 것과 우시아(실체) 이외에도 나뉨에 의한 정의 방법(Me,qodon( 소., 219a1)역시 스피스테애스 편(267d5-6)을 거쳐 형이상학(1037b28-29)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있는 것 또는 실체 뿐아니라 정의하는 그 방법에 있어서도 우리는 소피스테애스와 파르메니데스를 지나 범주들을 통해 형이상학에 다다른다--물론 그는 자신의 분석론 전후서와 토피카 등에서 나누는 방법을 비판하면서 그 대신 자신의 삼단논법(실로로기스모스)을 내 세우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기에 범주들은 형이상학으로 가는 길목이다. 커다란 줄기따라 흘러 들어오는 과제(課題)가 범주들에서 먼저 간단히 목 집어 소개된 후, 형이상학에서 정리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형이상학과 범주들의 그 나머지 내용은 이러한 실체와 있는 것에 관해 말하기 위해 쓰여지는 여러 용어와 방법과 그에 관한 앎을 더불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