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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깊은 밤 비 내리는 폭포 옆을 찾아 갔습니다.
무엇이 나를 이끌고 갔는지를 나는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 무엇에 이끌려 난 그 폭포 앞으로 더듬어 찾아 갔습니다.
한국 여인들의 신심(神心, 信心)을 보여주는 촛 불에서 나오는 빛이 거무티티한 바위에 부딪히는 얇은 물방을들을 더욱 가늘게 부수고 있었습니다.
산의 아가리 밑에 있는 폭포는 그 날 따라 더욱 웅장하게 보였고
허물어지는 나의 마음을 지탱해 주고 있었습니다.
폭포 밑에 닥아섰을 때 흔들리는 촛불의 빛에 눈이 부셔 발 밑을 볼 수 없었고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딛는 순간엔 너무 귀여운 나의 육신이 허물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 쪽 마음 밑 얇은 곳에 사는’ 내가 말했습니다.
‘그래 어두운 폭포의 다른 모습을 오늘 밤 배웠으니 돌아 갈 때도 되었다’ 라고
난 망상적으로 그 순간 느꼈습니다

나의 인생이 닥아 선 곳은 바로 이 곳인가
어두운 앞 볼 수 없는 곳까지 나는 지난 33 년을 걸어 왔던가
나의 지혜로는 지금 이 순간 볼 수 없는 앞 길을 ‘나의 마음  한 구석 위에 있는’ 나는 걸어 가야만 하는가. 잠시 망설였습니다. 옆구리에서 깊은 한 숨을 들어 올려 소리없이 내 쉬고는 버티고 서서 나를 달래고 있는 폭포를 쳐~다 보았습니다
순간 씁쓰레한 차가움이 몰려들면서 두려움이 살 갓을 타고 흘러들어왔습니다.
너의 인생 길을 너는 갈 수 없다 라고 주위의 어두움이 윽박질렀습니다
넌 너의 인생 길을 니가 생각 할 수 있는 만큼 갈 수 없다 라고
다시 강요하는 어두움을 바~라 보고선 그 만 주저 앉았습니다.
네가 가로 막으면 난 기어코 가고 말테다 나의 길을 가로 막을 자는 神 以外에는 그 누구고 없어 라고 울부짖으며 손으로 더듬 더듬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울고 있었습니다. 외로워서 울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지 십여 년 흐른 세월이 서러워 울고 있었습니다.
그 무슨 돈이 나오는 공부도 아니요 명예도 나오는 공부도 아닌데
어긋나가는 학문을 고쳐 보겠다고 없는 벽 만들어 가며 어렵사리 공부한 것이
서러워 울고 있었습니다.
서양철학교수가 일어로 쓰인 책을 들고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난 그렇게 얘들을 가르치지 아니해야지 하며 힘들게 공부한 것이 서러워 울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뜻을 주시긴 했으나 그 뜻을 실현하는 힘을 아직까지 나에게 주지 아니한 神을 향해서 내 뱉는 울음이었습니다
나의 부족 때문에 스며나오는 쓰라린 울음이었습니다
이제 나 혼자서는 나의 길을 가기 무서워 흘러 보내는 울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나 만큼 뜻 있는 길을 훨씬  앞서 달리고 있는 친구를
몇 일 전 만나고 나서 조급해 솟구쳐 오르는 눈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울음은 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지금껏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神께 다시 울부짖는 기도였습니다
빌고 나의 가는 길에 뼈를 깎는 아픔과 서러움이 있을지라도
그리고 나의 부족함으로 이루어 낼 수 없는 길을 내가 가고 있을지라도
아기처럼 내가 여지껏 매달려온 바로 그 神에게 다시 외치는 통한의 기도였습니다.

나 또래의 많은 사람들은 돈도 많이 모으고 아들 딸도 닪고 명예도 갖고 교수가 되어 있기도 하며 목사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물질적인 것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집마져 삮없이 빌린 무너져 내리는 곳이며 먹을 끼니조차 걱정해야 되는 그래서 지갑 속에서는 단 돈 몇 푼 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그러나 저의 주위 에는 나의 생명에 버금가는 친구가 있으며 시골 교회 목사님이신 아버님과 형님 그리고 세리인 동생이 있고 나의 의지를 실현시킬 교회 속의 제자들이 있습니다. 이 쯤되면 君子가 누리는 세 가지 즐거움을 다 누리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랍니다 더구나 제가 믿는 神은 광신자들의 하나님이 아니며 하낙네들이 미친 듯이 쏠리는 그런 하나님도 아니며 썩어버린 교회의 사기꾼들의 神도 아님을 전 압니다 그져 묵묵히 모든 이를 사랑하시는 神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더듬 더듬 길을 찾아 허리에서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 갔습니다.
앞 뒤 옆에서 쏘다지는 물 소리를 들으며 다시 나의 갈 길을 바라 보았습니다.

순간 다시 외로워졌습니다
그 누구와 같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비록 뜻이 다르거나 혹은 그 뜻이 같아도 가는 길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나와 같이 인생 길을 걸어 가고 있는 사람과 같이 가고 싶었습니다
전 에-덴 동산의 하-와를 잘 압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아담의 후손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리고 왜 여자를 남자의 갈비뼈로 성서에서 비유했는지도 너무 잘 압니다
전 내가 딛고 설 땅에 서고 싶어졌습니다.

폭포에서 내려와 동리로 들어서면서
‘***’씨에게서 건네들은 여인에게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 충동은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가
그것도 합리적인 의지가 아닌 이성적인 의지와 더불어 솟아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져 저는 ‘**’씨가 너그럽게 이 글을 읽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선을 보는 심정으로 글을 씁니다.

저는 ‘**’씨로부터 ‘**’씨께서 의학공부를 하려고시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하는 공부는 의학도 아우르는 공부이긴 합니다만 늦은 나이에 길을 더듬는 분에게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 늘 서양의술과 의학의 한계를 분명히
안타갑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동양 의술의 한계 역시 안타갑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술과 의학은 자연의 부족함을 채워주려는 시도로 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국 ‘올바름’을 실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의사는 철학자이며 철학자는 곧 의사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의사였듯이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생명을 주셨듯이 의사 역시 생명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내용을 주시고 의사는 생명의 형식(frrom)을 고칩니다 ‘올바는 사람’과 ‘올바는 자연’ 이것이 곧 의술의 이상(理想)아닌지요 ‘들풀’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때가 있지요 농약은 저주입니다.

전 전남대 철학과를 몇 년전에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서양철학과를 들어가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그 핑계로 하고 싶은 공부도 좀 하고 있지요. 저는 남북이산가족 제 2 세대입니다. 아버님은 고향이 ***이시랍니다 친척은 그래서 외가 쪽으로 많이있습니다.

아마 ‘**’씨는 서울에 계신 걸로 저는 지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를 통해서 이녁의 주소도 알았구요 그리고 제가 먼저 글을 띄우고 싶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글에서 무겁게 글 쓴 점 너그럽게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이 번잡하고 여유가 필요하실 때 지금 제가 있는 곳에 들르십시오 지금 서울서 세무서에 다니는 하나 뿐인 동생이 있긴 해도 전 여간하면 서울에 갈려고 하질 않습니다 ‘**’씨도 쉬 빠른 시일에 이리 내려 오고 싶어 합디다 저의 아버님은 ****에 있지만 저는 집도 절도 교회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연결되는 전화는 없고 단지 제가 다니고 있는 상동교회 전화 *********** 로는 토요일 늦은 시각부터 주일 늦은 두 시까지는 연결됩니다. 저는 **교회에서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학생회를 동시에 혼자 떠 맡고 있습니다 **교회 전도사님은 여자 전도사님 한 분이신데 저의 엄마처럼 대해 주신답니다

낯선 ‘**’씨에게 지리산 자락에서 ‘**’이 드립니다.
(민족해방일인 삼일절을 34 번 보내며
1992. 3. 2 늦은 5시 경)


“머루”

하늘이 내게 주신 사람
35 년 만에 그대를 만났네

머루를 통해 다래를 보고
다래 속엔 머루 뿐이네

그대 있음에 나 존재하며
다래가 머루의 생명이듯
머루 또한 다래의 생명이네

(3월 2일 처음편지 받음: 다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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