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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06.02.04 23:43

<font color="blue">편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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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야
난 지금 나의 생명이 실려있었던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지 않고
낯선 어느 집에서 너에게 사랑을 보내고 있단다  어제 잠시 들렀다가 갈려고 했던 것 뿐인데 그만 일이 이렇게 늦어 버렸단다

지금 내가 묵고 있는 이 집은 약 1 년 전 상동교회에서 잠시 떠나 다른 교회로 다녔던 적이었을 그 때에 만나 뵈온 적이 있었던 분이 머무시는 곳이란다 머루와 말 벗 상대가 되어 주시고 심지어 나를 통해서 배웠다는 말씀을 서슴없이 하시는 이 분은 은퇴하신 목사님으로서 도(道)의 세계에서 노니시고 계시는 분이란다 구례군 산동면에서 자전거로 한 시간 구례 쪽으로 가다 보면 다다르게 되는 구례군 광의면 은파리에 사시는 분으로서 연세는 모르지만 약 70 세 정도 되시는 것 같다 그 분 동생 분의 말씀에 따르면 ‘라틴어’로 설교 하셨을 정도이고 지금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 전문학교를 나오셨다고 하니 학식있는 분이시기도 하지. 사모님과 지금 동거하시는 집은 약 건평 20 평 정도의 한옥으로 지어졌단다 그것도 약 50미터에서 70미터 높이의 동산 꼭대기를 닦아서 세운 집이기에 멀리서 보면 천상 위에 지어진 집처럼 무거움을 주는 신비로움을 지녔단다 앞 마당은 없고 동산에 집을 지었기 때문에 비스듬히 기울어진 땅에 잔디를 심고 원래 대나무 숲이었던 동산이었으므로 옆 면에는 대나무가 숨어져 있는 그런 은밀한 곳의 집이기도 하단다 아마 광의면 지역에서는 가장 자연과 어울어지는 집이기도 하다

......

방금 목사님은 사모님의 독촉에 못이겨 염소를 매러 가셨고 나는 그 틈을 이용 다래에게 신심(神心)을 전한단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자의 위세에 눌려 왜 꼼짝들을 못하는지 여자의 말 한 마디에 꼼짝을 못하니 좀 불만스럽기는 하지만 웬지 그것이 자연(自然)의 순리(順理)인 것 같다 기쁘기까지 하단단 나도 다래의 말이면 저렇게 꺼뻑 죽겠지

어찌보면 목사님은 머루를 말 벗으로 잡아 놓고 계시단다
진리(眞理) 곧 도(道)에 관해 서로 말 하다보면 붕 뜬 것 같은 느낌 속에서 노는게 되지만 늘 신(神)에게로 돌아 오시는 목사님의 말씀은 목에 끈이 메인 양 같기도 하시단다 늘 하나님의 음성 속에서 사시는 분이신 것 같기도 하며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신(神)과 어우러져 신(神)의 말씀을 한시(漢詩)로 옮겨 놓는 것을 앞으로의 자신의 남은 일로 여기신단다 어제도 밤 12시까지 여지껏 남에게 한 번도 보여 준 일이 없는 한시들을 머루에게 보여주시며 직접 해석까지 해 주시는 그런 친절함을 베풀어 주셨단다 그 분의 노트에는 고유번호가 메겨진 한시(漢詩)들이 약 600 여 수 정도 실려 있었고 하루에 꼭 한 수 이상 씩 지은 그 시 밑에 지은 시각까지 적어져 있었다 당 송 십대가들의 한시들을 보면 슬퍼지곤 하신다는 목사님은 직접 두보 소동파 등의 한시들을 해석해 주시며 못내 그들의 미흡함을 탄식하기도 하며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한시들을 그들의 시들 옆에 기록해 두셨단다 웬지 당송 십대가들의 시를 보면 허전해진다는 거듭되는 목사님의 탄식은, 슬픔은 곧 머루의 허전함과 슬픔이 되어버리곤 하더라 이런 슬픔과 탄식은 고문진보에 나온 한시를 목사님께서 언급해 주신 부분에서 강령하게 드러납디다 그 부분에 맞 받아치신 목사님의 직접 쓰신 한시를 한글로 옮겨 보면 “하늘이 높고 땅이 돌고 돔은 우주의 무궁함을 깨달음이니 융성함이 극에 달라면 슬퍼지고 차면 비워짐은 그것이 한정되어있음이라 모양있는 것이 반드시 사라짐은 신령한 경륜을 선포하고 있고없음을 넘어서야 다시 살아나 오래 오래 사느니라” 그 목사님의 회개를 표현한 460 번 한시를 한글로 다시 옮겨보면 제목은 일무(一無)로서 다음과 같아요

“[회개 이전의 죽음의 상태에서의]
나에게는 진실한 것이 하나도 없었고
부모에게는 효도함이 없었고
후손들을 돌아봄이 없었고
친구들사이에의 믿음도 없었고
성자 예수님을 사랑함도 없었으며
반려자 아내와도 통함이 없었으며
친형제 사이의 도움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선생님과 어르신을 섬김도 없었습니다
이웃사람들에게 권함도 없었습니다
하늘 아버지께 순종함도 없었습니다
성령에 합당함도 없었습니다

[회개한 후의 살아난 상태에서의]
나에게는 진실함이 무수히 있으며
부모에게는 효도함이 무수히 있으며
후손들을 돌아 봄이 무수히 잇고
친구들 사이의 믿음이 무수히 있으며
나라에 대한 충의도 무수히 있고
성자를 사랑함도 무수히 있기에
인생의 반려자인 아내와의 무수히 통함이 있고
친형제 사이의 도움이 무수히 있습니다
선생님과 어르신을 무수히 섬깁니다
이웃 사람들에게의 권함도 무수히 있습니다
하늘 아버지께 순종함도 무수히 있으며
성령께 함당함이 무수히 있습니다 “

위에 번역된 한시(漢詩)들은 목사님께서 직접 친필로 써 주신 것입니다(여기서는 생략했다) 이 두 편 이외에도 약 600 여 편의 한시들이 두꺼운 노트에 적혀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경 등나무가 타고 올라 간 나무들을 부엌 창문 앞 정원에 세워두고 자전거 타고 목사님의 집을 나와 구례로 가는 도중 님께 쓰는 글을 정리합니다

약간은 잠을 못자 잠이 오지만 오랜 시간동안 나의 책상을 비워둔 까닭에
그리고 님께 아침에 전화를 하지 못한 까닭에 슬퍼하며 도로 옆 동상에 올라 글을 씁니다

님의 집에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무거운 어머님의 목소리에 마음만 산란해지고 님이 오후 1시에 집에 돌아 올 것만 기다리며 못 본 일을 보러 구례로 갑니다
퐁당벌레가 나의 손을 기어다니며 약간 세게 무는 바람에 자전가 타고 돌아갈 일을 걱정하면서도 주위의 소란함에 짜증 납니다

우리의 삶이 비록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하나님께 의지하고 하나님을 신뢰하고 나가면 반드시 주니미께서 머루다래의 뜻을 이루어 주실 것임을 목사님을 통해서 다시 알았습니다 머루는 그 분을 목사님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지만 사모님께서 목사님이라고 부르시기에 저도 그렇게 불렀습니다 목사님의 아들은 지금 45 세 이름은 김진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교수 92 년도 삼성문화재단에서 공모한 ‘호암’ 상 자연과학부분에서 상을 받았으며 MBC TV에서 약 40분간 한국의 노벨상 후보로 방영했다고 함

그러나 머루는 김진호씨보다도 보다 넓고 깊게 학문에 몰두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신케 됩니다 결코 김진의씨는 머루를 따라 올 수 없습니다

우리 집안의 말썽꾸러기 익성이 우리 집안의 복덩어리 다래에게
1992. 5. 27~28(수~목) 오전 10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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