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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06.02.13 05:06

<font color= "darkred">편지 54

조회 수 3983 추천 수 6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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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 드립니다.

여기 아차도에는 바람이 일어나, 파도가 거세어 졌습니다.
그 때문에 폭풍주의보도 내렸다고 합니다.
인생에 내려진 주의(注意)보가
일어날 세파(世波)를 암시(暗示)하는 것 같았습니다.
흔들릴 듯하는 우리 가정의 파도(波濤)를
넘어가려는 듯한 의지 또한 보여 주려는 것 같았구요.

많은 상념에 잠겼습니다.
닥치려는 위기를 벗어 나려는 듯한 모호한 태도는
아닐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형님,

아버님께서 어려운 일을 겪으실 때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느끼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웬지 지금은 흔들리려 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제 자신의 헷갈림때문도 아니요
인생의 지향점 변경때문도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목표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려 하는 것은
지금의 이 시점이 폭팔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그리고.
그 폭팔의 여운(餘韻)이
내 인생을 더 밝게 열어 줄 수도 있다는
‘조바심’때문이지요.
사실....
어떻게 보면 여유롭게 지금 제가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의 형님의 뒷 받침이었습니다.
때론 섭섭하기도 했지만
우리 집안의 누군가가
목회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그리고
때론 부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쌀이 떨어지면 전화 할 곳이
있다는 안도감이
그 뒷 받침의 든든함을 충실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지금 이 순간에
형님의 아우는 둘 사이의 불 일치 보다는
일치만을 생각하렵니다.

우리 집안에선 제가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까지
우리 집안에 보태 준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저의 아우, 익남이는
아마 그게 불만일 겁니다.
만약 익남이가 저의 혜택을 누렸다면....
아마 그 아우는 자신의 인생을
본래적인 의지에 만족시키면서 살아 가고 있겠지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말입니다.

익남이의 둘째 형은
그래서 그에게 늘 미안합니다.

그러나,
인생에게 만족이 필요하다면
그 만족은 무엇을 하느냐에서 온다기 보다는
인생의 자각으로부터 온다고 봅니다.
스스로를 깨달음으로부터 말입니다.

그래서
세리를 하든
교사가 되든
목사이든 그 어떠한 직(분)의 의미는
자기가 하고 있는 그 무엇으로부터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깨달음으로부터 올 겁니다.


저는
형님의 이번 ‘난동(亂動)’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형수님께서 만약 형님을 이해하신다면,
담담히
그 고통을 함께하면서
형님을 위해 더욱 더 기도하실 거라고
사려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바램을 형수님께
이번에 말씀드리지는 못하였습니다.
말씀드리는 저를 이해하면서 형수님이 받아들이실 수 있다면
이번의 ‘동란(動亂)’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지레 짐작했는지도 모르지요.
조카들에게는
아빠를 이해해 달라고
말은 했습니다만  그 여린 마음들의 충격 때문에
아마 삼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으리 사려됩니다.

가정에 얽메이지만
않는다면 형님의 마음이 얼마나 편할까.......하는.....생각도 갖어 봅니다.
형님과 헤어지면서 익남이가
‘힘내세요’ 라고 한 말......
눈물겹도록 고마움을 저의 깊은 한 구석으로부터
일으켰습니다.

사실 못난 두 동생이
찾아 뵌 것도 ‘힘내세요’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위기는 늘 기회를 수반한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모쪼록
저는 형님께서
서두르지 마시고 당분간의 ‘일’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더 큰 능력을 받아
목회로 복귀하실 것을 저는 믿습니다.
저의 가장 큰 희망이니까요......

아버님 집을 마련해 드린 것과
어머님 틀니 해 드린 것, 참으로 고맙습니다.
부모님께 짐만 되는
이 둘째의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에대한 복수는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실수 보다 더한 억압을 세상이
아버님께 뒤집어 쒸웠기에
분노에 탱중해서 장엄한 복수도 계획해 보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아마 언젠가 그들이 부끄러워하겠지요.


무등산 아스팔트 위 세 사람의 걸음걸이들을
다시 기억해 봅니다.
평온한 하늘과
미쳐 오지 못한 가을 색깔들
그리고 조용함들.....
삼형제를 축복해 주실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도움을 못드려 늘 죄송합니다. 그러나
‘일’을 잡는데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요!
형수님과 조카들 모두
어려움을 못헤쳐 나갈 정도의 나약함을 지니고 있지 않으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놀람’을 통해
형님의 욕망을
적절하게 분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형님.

아차도도 이젠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수도 모터를 이제 단속할 때가 됬나 봅니다.
그 동안 열어 두었거든요......
형님의 숨결이 묻어 있잖아요.

이제 글을 닫으려 합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 뿐의 나의 형님........................

아래의 글은
제가 1994년에 쓴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한 줄기 빛 내려와
나 진리 보네

진리가 나라 이루니
사람은 주님 섬기고

지혜보네

지혜 퍼지니
세상 안으로 말씀 울리며

소리 듣네

소리커지니
아!

철학 이었어라.

철학땜에
하나님 깨닫게 되다면

이미 죽어 있어라

죽어 있으므로
하나님 뜻 이룬다면
아!

이미 살아 있어라(....내가 철학하는 까닭....다래, 1994, 3, 21

2000. 10. 15. 수요일 오후 1:25
형님에게 아차도에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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