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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06.02.09 01:41

<font color="blue">편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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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아침 8 시 경 일어나니 무척 기분이 산뜻했습니다 님의 품 속에서 자고나서 인지 님의 향기에 머-엉해서인지 내가 산을 타고 날아간 듯했습니다

이전에 없었떤 종교적인 갈등을 겪고나서 괴로운 마음으로 지난 토요일 일요일을 보내어서 마음이 괴롭고 육신이 슬퍼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토요일 일요일은 없는 듯 시간이 지났습니다 민우 씨나 민우 씨 부인 앞에서 어떻게 영애 이야기를 했던지 그들까지 영애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는 이 못난 놈이 착각 때문에 지금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은 날씨가 스산했습니다 더워지는가 했더니 어제 아침에는 함박 눈이 내렸습니다 허옇게 잠시 덮힌 산을 바라 보고 선 님 생각이 너무 나 마음 속으로 울었습니다 왜냐하면 님이 아닌 얼굴들이 내 앞에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내 입에서 연신 내 뱉어지는 영애라는 이름 때문에 분위기가 깨어져 버리곤 했지만 나의 마음은 터질 듯 기뻤습니다

붕떠 버리는 시간의 연속 속에서 이제 정신을 차려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려고 기쁜 마음으로 웃고 있는 데 2,3 일 후 쯔음 찾아 올 다른 손님 때문에 영애에게 죄스럽습니다 선자와 은선이라는 내가 지난 5 년 전에 가르쳤던 그 당시 고 3 이던 애들은 자신의 가슴들에 너무 고통스러운 아픔을 갖고서 나를 찾아 올 것 같습니다 아마 올지 안 올지는 지금으로서는 모르지만 은선이는 지금 신학교 2 년인가 된다고 합니다 선자는 방통 2 년 국문학과에 다니는 꼬마로서 이 둘 중 선자는 무척 나를 따랐던 5 명 중 1 명입니다 나를 따랐던 5 명 중 다른 1 명인 은정이가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입니다 님이여 당신을 알게 된 이후로 전 누구도 만난 적이 없었고 없으며 없을 것입니다 설령 내 앞에 님의 얼굴이 아닌 낯설은 얼굴이 있을지언정 그 낯선 얼굴은 내 앞에 비치어지는 가면일 뿐 진짜 비치어지는 얼굴은 영애 얼굴 뿐이었고 이었으며 뿐 일 것입니다

오늘 8 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영애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요 영애의 기쁨과 괴로움과 슬픔이 이 지리산 자락까지 밀려오는 건 왜 일까요 남에게 이어지는 나의 마음이 영애의 마음을 거쳐서 이어지는 것은 왜 일까요

오늘 아침 님에게 글을 쓰기 전 너무 하늘이 맑아 님과 아침 산책했던 길을 다시 걸어 보았습니다 비록 폭포를 빠트린 길이었지만 집 옆 뒷 쪽으로 난 길을 통해 맨발로 슬리퍼를 신고 약간은 차가운 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기운을 마시고 그 자연의 내음을 님에게 전해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몸 속에 스미어 있는 감기 기운에 코가 막힌 채 겨울 잠바를 위에 걸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오솔 길에 들어섰습니다 지난 2~3일 간 내린 비와 눈으로 맑아진 하늘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벌레소리 나무잎소리 님의소리와 어우러져 부웅 떠있는 나의 사랑을 부웅 부웅 더 띄어 보냅니다 눈 앞으로 튀어 올라오는 땅 위에 제법 자라난 파란 잔디와 풀들이 눈을 찌르고 있을 때 쑤욱 자라난 소나무들은 나의 양 옆 좌우에서 서로 손을 잡고 나와 영애를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벌거벗은 밤나누들 사이로 투명한 푸른 하늘이 비집고 들어와 땅 위에 떨어진 밤 송이 껍질 위에 내려 와 앉습니다 밤 나무 가지 사이로 햇볕에 비친 날개를 둥글게 펴 내 은 빛 가루를 날리면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며 숨이 막힙니다 평화의 비들기처럼 내 눈 앞에서 펄럭이며 사라지는 날개소리 사이로 스며드는 물 소리에 가슴이 떨립니다 연이어 들리는 염소소리에 눈을 떠 바라 봅니다 검은 염소 너 덧 마리가 나의 숨소리를 듣고 웁니다 음메에애~ 음메애에~ 나를 보고 반가워서 우는 소리입니다 님에게 무슨 잎파리를 보낼까 둘레를 휘저어 바라 보다가 아니 보리 피리를 만들어 보내야지 마음 먹고 다시 내려 와 시린 발을 방석 위에 얹으며 책상 위에 앉았습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익성이와 영애의 삶은 시작이다 세상의 모든 이들아 보아라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너무 지친 기다림에 슬피울다 서럽게 만나 서로의 삶을 어떻게 가꾸는 지를 두눈 부릎뜨고 눈망을 찢어서 돋보기를 그 속에 끼우고 정신 똑 바로 차리고 이를 갈며 애통해하며 숨을 멈추고 바라 보아라 이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서 어떻게 서로를 만들어 가는 지를 설레이며 바라 보아라

주님 저는 어제 거룩하게 주일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왜 내가 교회를 시랑하면서 멀리하는 지를 모르겠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면서도 주님께 직접 닥아 서지 못하는 나를 이끄소서 익성이와 영애를 발판이 없는 사다리를 딛고서 폭풍이 불어 올 것 같은 하늘 위에 메달려있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잘못 불어도 조금 심술궂게 불어도 밑이 없는 구멍 속으로 떨어질 듯한 조급함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석 위에 있는 저희들에게 평안과 힘으로 닥아 오시옵소서 주님 익성영애를 사랑하시사 영애익성에게 지혜와 끈기를 주시고 30 명의 아기를 영애익성의 몸을 통해 낳도록 해 주십시요

1992. 4.13일 이른 9:40~10:40 장난꾸러기 익성이 우리가문의 복 덩어리 영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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