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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06.02.09 09:20

<font color="blue">편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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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을 받고 나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집옆으로부터 산위를 향해 나 있는 오솔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금빛처럼 타오르는 마른 풀 잎들을 지나치며 시린 물소리를 들었습니다 쌓인 소나무 낙엽위를 스치듯 걸으며 피어 오르는 송진냄새 속으로 몸의 기운이 살을 타고 흐름을 봅니다 실타래 묶여있듯 서려있는 봄 여름 겨울 가을의 흐름이 한 곳에 쌓여있음을 느끼면서 커다란 무덤 아래도 다시 내려와 집으로 돌아 옵니다

당신은 몸이 약간 갸날플거야 라고 웃으며 속으로 되뇌어 보았습니다 아마 그리 뚱뚱한 편은 아닐꺼야 좀 말랐을거야 날카로운 성깔에 고집은 쎌거야 긴-머리는 아닐꺼고 마음은 쪼금 말라있을거야 목소리는 아마 알토 음색에 가까울 것 같고 사랑은 아직 안 해 봤을 거야 노래를 좋아 할까 아마 좋아 할거야 그럼 부르기도 좋아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이녁의 허락도 없이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마음이 갑자기 즐거워졌다가 산란해집니다 삶은 고통인걸 하고 체념해 봅니다 부질없는 짓 난 지금도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있잖아 난 지금도 모든 이들을 위해서 나의 생명을 삭힐 수도 있잖아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바로 그 길이잖아 난 예수님처럼as 살고 싶진 않아 진짜 예수님이 되어버릴that거야 하고 꽥 소리 지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나는 잘해야 예수님처럼as 될 수 있을 뿐입니다

십사일 늦은 1시경에 시작되는 연합학생찬양집회에 참석하러 가기 위해 당신께 쓰던 글을 멈추고 책상에서 멀어져 갑니다 지금부터의 시간은 나의 욕망을 위한 시간이 아니고 주님에 직접쓰여지는 시간입니다

십오일 주일 늦은 2 시경 점심 먹고 가라는 전도사님의 말씀을 들지 않고 그냥 자전거 타고 씩씩 집으로  달려와 뜨슨 기운이 죽은 온돌 위에 쓰러져 잠을 잡니다 어제 저녁 3 년 만에 주님과 싸웠던 일이 못내 가슴이 켕기면서 잠들었습니다

십육일 십칠일 십팔일 이건 내가 미쳤지 공부하는 놈이 3 일간 교회 수리를 하고 자빠졌으니 밤 11시까지 계속 작업을 해 대니 당신께 글을 쓸 시간이 없어 못내 아쉬어집니다 어라? 공부하는 놈이 무슨 여자(女子)야? 씁스레히 웃으면서 짧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배가 고파 옵니다 십구일 오늘은 지금이 빠른 11시 인데도 아침 밥을 안 먹었거든요 아침 밥 먹기 전 서 너 시간 책상에 앉아 있어야 밥 먹을 용기가 생깁니다

저만 슬픈 삶을 살고 있는 줄 알았는 데 "영애"씨도 힘들게 살아가시는군요 하나님께 기도할 것도 말 것도 없습니다 만약 영애씨의 "뜻"이 하나님의 "뜻" 이라는 신념 속에 살아오셨거든 계속 공부하셔야지요 단 지혜롭게 하셔야지요 막무가내로 공부하셨다간 저처럼 큰 일을 그르치게 할 가능성이 많아 집니다 낮은 마음을 가지고 겸손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애"씨의 동생은 남자일 것 같군요 동생 분께서도 잘 계신지 궁금하고 영애씨의 어머님께서도 평안하신지 염려됩니다 저의 가정도 보통의 가정과 좀 다르답니다 지금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할아버님께서는 평안북도 신의주에 묻혀 계시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 지금 저의 집안의 족보를 여지껏 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북(以北)에서 살아계신 큰 아버님께서 잘 간직하고 계시겠지요 "영애"씨의 가정에 주님의 축복이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결코 보지 못했던 사랑의 뜨락에 나는 갔다" 라는 글이 달린 집은 아름답더군요 제가 이 곳에 봐 둔 터에 지으려는 집의 규모와 비슷하긴 한데 서재가 어디에 있는 지가 궁금하군요 전 지하실을 서재로 하려고 하거든요 영애씨가 형상화 시켜낸 집이 서구식 집이기는 해도 저의 맘에 쏘-옥 들더군요 다시금 저의 눈 앞에 그 편지지를 펼쳐 놓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게 그림을 찍어 놓은 것인가 실제 집을 찍어 놓은 것인가 다시금 보아도 헷갈립니다

그 그림을 보며 영애씨의 마음 속으로 들어 가 봅니다 제 마음 보다는 약간 적긴 한 데 그리 적지는 않는군요 영애씨의 마음이 살고 있는 집이 서구식 집이 아니길 다시금 바래 봅니다 서구식 예수 서구식 교회당 서구식 생각 서구식 글. 제가 이글 처음에 독일어 원문을 인용하긴 했어도[베낄 때 생략함] 웬지 꺼림직합니다

물론 이미 내 마음 속에 영애씨가 보여준 집과 비슷한 집이 있긴 해도 영애씨가 보여준 바로 그 집을 같이 지어보고 싶군요 비록 현실이 쓰고 미약하고 그리고 미래에 관한 든든함이 연약하더래도 서로를 아니 주위 모든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봅시다 남북이 합쳐지는 그 순간을 우리의 도약점을 삼아서 말입니다

최근에 제가 지은 노래를 좀 부끄럽기는 해도 보내 드립니다 그 가락과 가사 속에는 제가 짓고 싶은 보이지 않는 집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제 사진을 동봉 해 드립니다

주님의 살과 피를 늘 먹고 사는 사람이 억우란 피가 물든 지리산 기슭에서 5.18 광주의거 두달 전  1992. 3. 19. 정오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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