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4000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엄마 없으면
내 존재는
없다

엄마
없었으면
존재는
나에게로
이어질 수 없다

엄마 문드러짐으로

몸 살 수 있었고

엄마 연약해 지셨음으로

강건해 질 수 있다


그이가 슬퍼함으로
나는 기뻐할 수 있었으며

그가 울으셨으므로

웃을 수 있다

그가 피곤해 하심으로
나는 쉴 수 있었으며

그가 아파하셨음으로
나는 쾌유할 수 있다

그가 놀라워하심으로
나는 평안할 수 있었으며

그가 날 위해 창피
당하셨으므로
나의 곤고를 덜 수 있다

그가
나에게
주신 생각은
몸이었으며
영혼이었다

나의 존재는
그에 따라
났었고

내가 딛고 서 있는 땅이
바로 그녀의 배 위였다

내가 뛰놀고 있는 마당이
그녀의 가슴이었으며

내가 먹고 있는 음식물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나왔다


이제
내가
아파함으로
그녀가 덜 아파
할 수 있을까

이제
내가
울므로
그녀가
웃을 수 있을까

내가
심려함으로
이제
그녀의 마음이
평안을 얻을 수 있으며

이제 내가
고단해 함으로
그녀가
쉴 수 있을까

나의 생명

그녀에게
줄 수 있으면
줄 수 있으련만

그녀의 생명이
내게 있는데도

그 생명을
그녀에게 줄 수
없었다

나의 생명을 그녀에게
줌으로
그녀가
살 수 있다면

나의 모든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제
시들어져 연약해진

-----------

탁탁


그녀를 바라보지 못했으나
그녀가

알아보고
힘 빠진 손으로
침대
울타리를
천둥 우레처럼
치는 소리였다
탁탁

난 아직도
그녀만큼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효가 무엇인지
지금도
모르고 있다
그녀는 나를 통해
아직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탁탁
그것은 무거운 명령이었으며
생명의 힘이었고
사랑의 용솟음
이었으며
회오리였다




1992년 1월16일 순천향병원
중환자실 대기실에서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엄마를 생각하며

"----" 이후는 수술 후 엄마를 처음 면회하고 나온 뒤였다


1922. 1. 18일 병상일지

17일 오후 1시경: 중환자실에서 입원실로 옮겨지심

18일 새벽 2시30분경: 내가 눈을 뜸. 어머님 앉아 계셨음. 닝게르 주사액이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었음. 상태 안 좋았음. 몸엔 열이 약간 있었음. 옆의 환자 신음소리 때문에 마음의 혼란을 당하시고 계셨음.

18일 새벽 3시경: 왼쪽 어깨 쭉지에 통증이 있으시다고 함. 엄마는 마음이 안정 안되시는 것 같았음. 육체적인 조건도 어제 보다 안 좋으심. 호흡 보조기의 줄이 귀찮으시다고 함. 2시 45분 경이었음. 옆의 환자에 의해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계셨음.

18일 새벽 3시 25분 경: 옆 환자의 고통이 갈수록 심해짐. 다행히 엄마는 주무시는 것 같았음. 아니 눈만 감고 계셨음. 다시 눈을 떳다 다시 감으심. 엄마에겐 버티시는 체력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다. 잠시 잠을 드심.

18일 새벽 3시 31분경: 어제 ... 엄마 말씀의 핵심은 나의 걱정이셨음. 나의 고통 겪음으로 인해 엄마께서 편해지시면 좋으련만 난 ... 갑자기 엄마 잔기침 하심

18일 새벽 3시 37분경: 앓는 소리를 하심. 엄마가 눈을 뜨시면 나의 존재는 엄마의 영상에 잡혀야만 했다. 아니 그게 지금의 엄마가 원하시는 것이다. 옆의 환자의 신음소리가 사그러짐. 닝게르 주사액이 흘러들어가고 있었음. 중환자실의 많은 사람들이 생각남. 엄마의 잔기침만 사라지면 나의 고통도 사라질 것 같다(수술환자에겐 잔기침이 가장 고통스럽다든데) 엄마 눈을 떠 주위를 돌아 보심

18일 새벽 3시 40분경: 복도 너머에서 전화벨 소리울림. 잠시 일어나 코에 호스구멍을 끼워넣어 어제 배 안의 오줌을 받아 내고 있었던 환자의 모습을 보고 나머지 다섯 환자들 주위를 빙 돌아 본 뒤 다시 엄마에게 돌아 와 이마에 손을 얹었다. 생명의 열기가 느끼어진다. 엄마 눈을 뜨시고 ‘속 잠이 안 와 그냥 눈만 감겨져’ ‘너도 자’ 라고 하신다. 병동 안에 잠시 평화가 깃든다 어제 저녁 커피를 갖다 준 처녀도 잠이 들었다 나도 자고 싶다

18일 새벽 3시 48분경: 주위 고요하다 나의 마음 속에 평화가 흐른다 .......

다래야
잠시 지난 1월 어머님께서 쓸개가 돌 때문에 부어 올라 그 쓸개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으실 때 기록 했던 노오트의 앞 부분을 그대로 옮겨 봤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로구나
나의 어머님 위에 곂쳐진 다래의 어머님 ...
이제 우리는 서로의 안과 밖이 되었구나
어찌 어머님의 은혜를 다 갚으리

우리 가문의 복 덩어리 다래에게 말썽꾸러기 머루가 1992. 5.8. 새벽 4~5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9 얼둥아기 2006.02.08 3642
33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8 얼둥아기 2006.02.08 3771
32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7(공부시간표) 얼둥아기 2006.02.08 3728
31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6 얼둥아기 2006.02.08 3923
30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5 얼둥아기 2006.02.08 4051
»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4(어머니 수술) 얼둥아기 2006.02.08 4000
28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3 얼둥아기 2006.02.07 3904
27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2 얼둥아기 2006.02.07 4040
26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1 얼둥아기 2006.02.07 4076
25 편지 <font color="blue">편지 20 얼둥아기 2006.02.07 3909
24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9 얼둥아기 2006.02.07 4075
23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8 얼둥아기 2006.02.07 4025
22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7 1 얼둥아기 2006.02.07 6307
21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6 얼둥아기 2006.02.07 4119
20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5 얼둥아기 2006.02.06 4589
19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4(집) 얼둥아기 2006.02.06 4395
18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3 얼둥아기 2006.02.06 4446
17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2 얼둥아기 2006.02.06 4310
16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1 얼둥아기 2006.02.04 4226
15 편지 <font color="blue">편지 10 얼둥아기 2006.02.04 4360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Next ›
/ 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By webmaster@chirosung.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