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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9 10:59

(새벽 4 시의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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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나를 스치는 마른 풀잎들
봄바람에 스르륵 간드러지며 나의 心을 쓰리게한다
동그랗게 금빛 내며 노을을 만들려 하고 있다
훈련받고 있는 내가 왜 이리 미아 땜에 멍해지는지
오! 그케 미알 사랑했던가? 그래 난 미아에게 나의 모든 걸 전부 줬다 사나이의 눈물까지 주었다. 그런데 난 미아에게 얻은 것은 무엇인가? 쓸쓸히 갈대를 매만지는 바람처럼 이내 사랑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그대와 내가 있었을 때의 새벽 4 시는 아름다웠지요
감나무엔 홍시가 주렁 주렁 매달렸었고
불어 오는 무지개 바람은 우리의 열에 달은 몸을 식혀주었죠.
밤하늘의 별들은 가벼웁게 속삭이며 우리를 어루 만졌고, 말없이 빛났습니다.
우전리의 모래를 덮고 있던 새벽의 푸른 안개들은 아름답고 포근했지만

더 아름다운게 있었죠
나의 허리를 살며시 껴안고 있던 그대의 팔이,
나의 가슴을 살포시 받여주던 그대의 가슴팍이,
나를 짜릿하게 감싸고 있었던 그대의 입술이,
나는 더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근데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었죠
되올아 오는 우리들의 귓전을 울려주던
아니 터질듯한 우리의 가슴을 (가까스로) 막아주던 교회의 새벽 종소리였습니다.
그대의 등에 메어있던 기타도 흥에겨워 제 풀에 튕겨지곤 했지요.
묵묵히 우리의 갈길로 [뻗어 있던] 동구 앞 샛 길도,
그대의 체중에 눌린  둑 가의 풀잎들도,
우리가 올라서면 돌아가던 염전의 물레방아도,
우리가 올라가야만이 빛나던 상정봉 위의 둥근달도,
모두가 그대와 나의 즐거운 비명이었고
희망의 속삭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4 시는 외로운 시간입니다
그대의 없음에 울며 주위의 어두움에 떱니다

새벽 달
어두운 하늘에서
초췌하게 떠도는 별도, 안개도 묵묵히 그리움만 그려내고,
헬쓱한 입술과 부은 목에서 붉은 피만 토해 냅니다
주위의 적막함에.

1980. 2. 20.
(기상 1시간 전에 3-4시 불침번 근무를 마치고, 잠들려다 미아와의 추억에 사로잡히며)

빛나던
밤하늘에 우리의 사랑도
사라지는 모닥불에 거멓게 그을리던
타다남은 잿덩이 되어 말없이 식어가네
아희야 불가져 오너라
어서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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