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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9 15:01

(이백리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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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X(야외훈련) 1980. 3. 9 - 3. 16

납니다 떠납니다 정든 님 뒤로하고,
양말에 쌀 퍼담고, 봉다리에 김치담고
우(애)수 간직한채 비틀거리며 떠납니다
(f.d.x. 출발전에)

아! 이제 가누나! f.d.x.(이백리) 행군을
주여 저에게 힘을 주소서
연약할 때 보우 하소서
어려울 때 주 의지 하려나이다.
(80. 3. 9. 13시 출발시)


남한 산성에 들어서다(13:30)
시원한 바람이 나의 땀을 씻기우고 맑은 시냇물이 발아래로 떠다니고, 얼음 밑의 여울물이 졸졸졸 목탄 갈증을 풀어주네 ....

(14시20분)소나무에 기대어 50분간 40kg을 메고 걸어 온 피로를 푼다. 오! 가벼운저 시냇물 소리 .... 가 이렇게 청량감이 있을 줄이야. 흐르는 땀이 뺨의 존재를 알리며 허벅다리를 츠쳐간다 허옇게 눈 쌓[여] 허옇게 보이다. 역시 산 좋고 물 좋도다. 역사의 맥이 흐르는 것. 우리 선조의 한을 품고 있는 곳. 이백년 전에 이 골짜기 우리 의사들의 함성이 휘몰아 쳤겠지. 오 ------- 시원해 이 바람. 주여 이제 시작이나이다 저의 이 연약한 몸을 지키소서 강한 의지를 주소서 주만 의지하나이다 출발신호 울리다.

-꿈 속에 다다른-
허늘 허늘 기오 온 치욕의 남한산성
한덩이 돌마다아 국왕의 한 서려있고
녹슬은 이끼속에 조선의 넋 꿈틀꿈틀
(14시 50분, 남한산성에 다다라서)

지금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은 내 힘에 의해서가 아니다. 무엇인가 제 3의 힘에 의해서 끌리어 온 것 같은 목에서 불덩어리가 휘도는 것 같고 발바닥이 뽀개지는 것 같다. 위에서는 닉샥이 40kg의 힘으로 나를 누르고.  앞으로의 남은 길이, 흙 먼지가 나를 조질나게 만든다.(17시 10분 저녁 해 먹기 전에)

눈에는 눈? 물이 입에는 진득 진득한 멸치 튀김이 동시에 들어 온다 한 쪽 눈을 찔근 감고 눈물을 짜 낸다. 설매운 연기가 한 쪽 눈 마져 감기게 하고 코와 입을 헤메게(매웁게)한다 수저를 든 손이 부질나게 위 아래로 흔들리고 반합 속의 밥이 차츰 즐어든다. 정호, 희규 [와] 같이 같은 텐트 안에서 하루 밤 새 내 내(3월 9일) 새우잠을 자며 지새웠다. 40kg의 닉샥을 메고 40km를 줄곧 걸어 왔다. 깡다구로. 나의 8 천개의 마디 마디가 흩어지는 것 같다.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려지고 입 안에서는 쓴 물이 .... 무 반사적으로 내 배앝는다. 쓰디쓴 물을 삼키면 목이 더 타기 때문이다. 물 무 ■ ■, 동료의 신음소리가 몽롱하게 들린다.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는 골에 졸졸졸 개울물이 흐른다 당장 그리 튀어 들어가고 싶으나 밉살맞은 교관은 아랑 곳 없이 길을 이끈다 그냥 콱~~ 깨울어 불라 씨 ... 고개를 떨군다 희미한 땅이 휙 휙 지나간다 아니 나를 떠민다 이건 사람이 달리는 속도다. 이미 나의 발길은 개성을 잃어 버렸다. 발바닥이 타기 시작한다. 무 의식으로 찬송가를 부른다 갈증을 조금 덜었다 나의 믿음이 이 정돈가? 닉샥에 맨 총을 들어 목 위로 얹었다. 팔이 조금 풀린다. 몸이 후끈 후끈 해진다. 으응- 신음소리를 내며 동내의와 런닝샤스를 들춘다. 차가운 밤 봄바람이 열기에 쌓인 몸을 식힌다 떨며 잔기침을 한다 수통의 물이 떨어진지 오래다. 시계가 10시를 가리키고 있음에 게릴라 베이스 거의 왔음을 스치는 무엇[때문]에 알 수 있었다. 心 속에 악이 복 받힌다 개 새끼들 자기들은 인간이 아닌감? 목적지에 다 왔다 깡으로 비틀거리며 섰다 지구가 자전 공전하고 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지금 내가 무엇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몽롱하다 등 위의 차운 땀이 누가가 채어준 십자 목걸이가 희미하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무거운 눈꺼풀 사이로 두서너게의 별빛이 기어 들어 온다 귀찮다 발이 풀어지며 털석 주저앉았다 낙엽이 살작 받혀준다. 오! 미아가 지금 나의 곁에 있다면 닉샥에 깔린 낙엽에 입술을 대어 줄 것을. 저 시들은 낙엽은 모든 이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아마 늙은이에겐 소망을 줄 것 같고 젊은이에게는 낭만을, 어린이에겐 기쁨을 ..........
  
총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다.
무거운 목소리가 내 귀를 울리며 心 속에 스며든다. 주 예수 보다 더 ....... 세상 사랑 다 버렸네 心이 뭉클해지며 잠시 피로를 잊는다. 조교 새끼들의 고함소리가 나를 다시 괴롭힌다

‘ 우리 집 불독을 내 이리 데려다가
저 놈의 저 새끼의 목덜미를 꽉 깨물어
황천가는 제삿 길에 제삿 상 차릴 것을 ’

아구메 환장 하것는거 ....
그러나 이제 살았다
골자기 물줄기의 외로운 미소가 나를 부르고
희미하게 가물거리던 불빛이 점점 선명하게 나타나며 커진다
경사진 자갈 밭을 오르고 있었다. 시커면 산의 윤곽이 나의 시야를 가로막기 시작했다
고개가 아래로 쳐지기 시작한다 내려 가던 시선이 멎었다 희미한 집이 점점 커지더니 군용트럭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와 같이 출발했던 트럭이 아닌가 .....
내가 저 트럭을 탔더라면.
무슨 소리가 들린다
‘수고하셨습니다 검은베레’


야아아아 이제 다 왔구나
감사합니다 주여 .....
인간의 초능력을 보여준 나에게 있어서의 일생일대의 한판 ....

한바탕 조교들의 씨부랭이 연설을 들은 다음
우리가 자야 할 텐트를 쳐야 했다.
3 명이 1 개 조가 되어 치기 시작했다
난 정호 희규와 한 조가 됐다
근데 내가 언제 텐트를 쳐봤나 속에서 잠을 자 봤냐? 아무 것도 모른 놈이 지딴에 텐트친다고 폼을 잡고 있네 ....
펙 뽈대 모두 다 생소한 말들이다
지그재그로 텐트치고 잠을 청하다 ....

1980. 3. 9.
(행군 끝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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