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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 시
어두움 끼고 돌아
산 아래 파고 드는 불 빛들 구례(求禮)였습니다
별처럼 이렁이다
달따라 드러나는 벗겨진 살 딛고
굽어 휘돌아 치듯 올라 가는 노고단 고개였습니다
아직 어두움이었기에
손 안에 든 이내 그 초롱은
한 떨기 피어 날 기운 도사리는 나의 꽃이었습니다
너무 맑아 내 마음
시려 내도록 다그치는 하늘 푸르름은
가을 날 이어 올릴 새벽 찬가였습니다.
거기 대남대북 방송
여기 kbs mbc 중계소 소음때문에
이내 스러지는 나를, 넓은 듯 아늑한 자연이
품어주었습니다
사람 탓하려는 사람 속 사람의 뒷(?) 속살거림이
자연의 호흡 속에 묻혔나 봅니다

노고단 옆으로 돌아
천왕봉 가는 길로 글어섰습니다
내 손 안 그 초롱은
두 세 떨기 떨기 떨어지며
발 앞 길을 넓혀 주었습니다
어두운 새벽
아직도 밝지 않는 인생이었기에
떨어지는 초롱들은
두 세 떨기 떨기 떨어지며
발 앞 길을 넓혀 주었습니다
어두운 새벽
아직도 밝지않는 인생이었기에
떨어지는 초롱들은
희망의 안타까움으로 빛을 냈습니다
어두웠기에
오로지
초롱만이 보였습니다
가는 길 접어 두고
기도 처 찾는 나를
그 어디 하늘 속에서
바로 보며 이끄는 ‘분’
계셨습니다
그 분께 나를
오로지 오로지
좌절시키지 않으시기만
빌었습니다
피 오로는 가슴 뻐끈함에
노고단 허리 턱 짓이겨지도록
비는 내 영혼에는
아무런 감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때까지는
조용하였습니다
초롱 밝음에 동트는 빛이
버무려지더니
모든 것이 쏘다 들어 옵니다
싱그런 내음이 눈에 밀려들고
초록 빛이 살 갗에 달라붙었습니다
그 밝음이 코와 귀를 통해 영혼에
밝게 피어 나는 사이
새들 지저귐과 이슬 떨어지는 소리는
머리 털을 통과해 심장을 어루만집니다

이렇게 이렇게 논문초고를 든 나의 손과 발은
능선, 능선, 줄기를 타고
돼지 평전을 지니
임걸령 건너 뛰어
우물가에 머물렀습니다
차가운 물로 얼굴 딲는 순간,
일 순간의 노여움이
피로 변해 코로 흐릅니다.
붉은 순건에 적신 그 붉음은
아직도 살아 있다는
환희였습니다

그 때, 능선이 빛과 함께 터져 오는 순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들의 메아리가
점점 커지면서 능선 그 끝에 닿고
되 튀어 와, 환희에 들 뜬 아침 지리산
자락의 나, 일곱 시(時)를 확인 해 줍니다

어느 덧
초롱의 빛은
새벽 밝음에 스미고,
새벽 밝음은 다시
태양의 빛으로 작열하기 시작했습니다.
푸르름들이 주위에 튀어 다니면서
노고단으로 돌아가는
7시 30분을 떠밀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라는 인사에
‘감사합니다’ 라는 처녀의 답 ....
....

....
생각하면서,
아침 해 먹고
노고단을 떳습니다.

첫번째 논문: 히브리인과 그리이스인의 존재 원고를 가지고 지리산에 등반하면서.
2001년 9월.

-------------

제목     익산 역에서  
보낸날짜     2001/09/06 10:34  
보낸사람     kn618920@snu.ac.kr    
받는사람     miaendless@yahoo.co.kr  
참조      

노고산 산장(대피소) 숙박 예약 신청을 끝냈어.
5000원 달라더군. 그 결과 형으로부터 온 돈이
46000밖에 남지 않았어. 그러나 형 덕분에 지리산에서
일박 할 수 있게 됐다는 건,...그리고
거기에서 논문 수정할 수 있다는 건, ....
행운이야.

비가 올 거라는데...
하는 형의 목소리를 전화 속에서 뒤로 한 뒤,
지금은 익산역사 무료 인터넷 대기실에서
자기에게 메일 띄우는 중이야...
기차는 구레구역을 향해서 30분 후에 떠날 거래.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

삼년 정도 수락폭포 밑 중기 부락에서 공부한 후,
대학원 입학시험 보러, 교회 집사님 오토바이 빌려타고
산동에서 구례구 역 그 집사님 장모님 댁에 도착했어.
오토바이는 그 댁에 놓아 둔 후,
열심히 시험을 쳤더랬지....그 덕분에 ... 무사히 시험을 끝나고,
그날로 구례구역 가까운 그 댁에 새벽에 다시 왔어!
근데 많이 어두었거든. 아직 새벽이 아니었으니까.
오토바이 놓아 둔 곳을 향해 발을 더듬거리며,..
짐작을 굳세게 믿으며, 가다가,....미나리 밭으로 풍덩!!!
엉망이 되버린 몸...
그래도, 더 굳세게 오토바이 타고 온 적이 있었던, 그 구레구역으로....
7년만에 간다...

그래서 지리산에도 7년만에 가는거야...
칠년이란 말이지,....칠년이라고 나에게 그러는거야! 지리산이!!!
너무 오랫만이 라고....

...

형수님한테서 버너+부식3끼분+쌀3끼분+포도4송이
더하기 형한테서 돈 오만원...
그보다도 고마운건, 형님께서 '논문쓴거 축하해'..라는 말이었어.
형수님께서도 아침 상에 소갈비 올려놓으셨더라.
손이 가질 않았어...왜냐고?....안당겨서..
그래도 마음은 너무 배 불렀어.

유냔히도 생략점이 많이찍어지는 건,
지리산을 향한 나의 감격이 아닐른지. 왜냐고?
지시산의 주 능성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볼수 없는
휘어짐과 곧음의 만남을 보여주니까.
묘향산도 아마 그러한 기하학적 충만함을 선사할 수 있을거야.
오직 우리나라 만의 아름다움이지.

먼트에게 얼둥이. 2001/9/6/오전10시38분/노고단산장예약한후//익산역에서//
호남선 전철화 기공식에서 울려나오는 취타소리에취하면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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