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2006.02.01 00:14
<font color="blue">(고추와 다머래루)
조회 수 8432 추천 수 7 댓글 0
다래 머루
머리 기대고
잠든 채
누에 고추로 변한다
얽히고 설킨
신의 보호 속에서
쌔근 쌔근
쉬고 있다
서로의 생명을
잉태코져
가득 머금은
뽕잎을
녹인 뒤
가늘고 하얀
실을 만들어
몸을
감싼다
터질듯한 환희
막힌 자루
속에서
들끓고 있다
은은히 감도는
생명의 기운
잠시 감옥에
갇힌 듯
보다 넓은 미래
를
날고져
죽은 듯 숨쉬며
눈 감고 있다
꾸물 꾸물
털 난 여러 발로
뽕 잎 위를 기어 다닐
수 밖에 없었지만
잠시 후
나 너는
퍼득 퍼득
흰 자루를 뚫고
넓은 하늘로
날아 오르려고
머리를 맞대며
쌔근 쌔근
잠자고 있다
앞 뒤 옆 위
막힌
하얀 고추
로 변한
다머래루도
모르는 새
버얼써
하늘을
날으며
더 넓은
신의 자유를
만들기 위해
하얗게
소곤 소곤
숨막히듯
자고 있다
누에 몸이
찟긴
가는 실들
눈부시게
하얗게
자고 있는
고추를
감싼다
하얗게 변한
다래머루
머리 기댄 채
고추타고
잠들어 있다
신의
입김이
태어날
생명을
준비한다
1992. 9. 30. 늦은 9시 5분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