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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슬퍼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에겐 분노할 시간도 없습니다
기뻐하거나 우울해하거나 좋아하거나 머뭇거릴
시간 역시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우리에게
날라갈 시간이 있으며
끊어질 시간이 있겠습니까

혹간
우리의 만남이
오다 가다 이루어졌다면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만남이
천사의 시셈으로 생겨났다면
몰라요
우리의 헤어짐 또한
천사의 환희 속에서 축복
받을 수 있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은 묶여지는 찰나에
자유를 맛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짓눌리는 순간에도
떠오르고 있는 몸을 봅니다

앉아 있어도 날아가듯 가까이 있어도 멀리있듯
어디론가 달아나도 늘 옆에 있듯
위가 아래이듯 오른 쪽이 왼쪽이듯 오는 듯 가는 듯
서 있는 듯 가는 듯 미울 듯 이 쁜 듯 밉 듯
모든 게 두리 뭉실 보이는 건
아름다운 듯 들리는 건 달콤한 듯
판단은 흐려지고 생각은 어지럽고
달이 해로 보이고 별이 구름타고 왔나
바람에 밀려 가슴 속으로 들어 온 듯
붉우죽죽 저녁 노을 졸고 있는 파랑 새
좋던 게 나빠지듯 나쁘던 게 좋아지듯
뒤바뀌는 세계 속에 나까지 변하니

이게 바로 사랑이라

사랑하므로 그대와 내가 만들어집니다
이미 만들어진 다래와 이미 만들어진 머루가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랑 속에서 그대와 내가 다르게 태어 납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요구해선 안 됩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의무감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요구와 의무는 이미 사랑 안에서 녹아져
내가 움직이니 바로 그게 의무로 되고
내가 행하고 보니 후에 당신에게서 요구되어질 알멩이를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다래가 보내는 사랑 속에서는
머루가 미쳐 몰랐던 아니 머루가 행여나 하며 포기했던
요구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므로 다머래루는 의식과 앎을 넘어섭니다
사랑하고 보니 앎과 의식이 나에게 생겨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은 너무 엷여
없는 바람에도 놀라 떱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은 너무 깊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생각 해 냅니다

아기의 헤 맑은 웃음에도
가슴에 져미는 슬픔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밀려 옵니다

이미 나는 그대의 거울이 되어
님을 그대로 비추어 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했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남자의 가슴은 너무 어려
사랑하는 여자의 깊은 뜻을 모릅니다
그져 어린이가 되어 품에 안길 뿐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므로 해 낼 수 있습니다
다래의 사랑이 있음으로 해서
지금 머루는 버텨내고
머루의 사랑으로 다래는 힘을 얻습니다

우리에게 사랑이 찾아 온 건
각자에게 사랑이 꼭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어거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강제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 그 자체는 자유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우리가 죄에서 자유를 얻었듯
우리의 사랑으로 우리는 서로를 자유롭게 해 줍니다

내 몸이 얽어메어지는 것이 전에는 자유로웠으나
지금은 오히려 얽어메어짐이 자유롭습니다

그대가 나로 인해 부자유스럽고 괴롭다면
이미 나는 진달래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글 맨 앞에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가 그것에 속하는 김소월의 시가 실려있었다)
내가 그대에게 하고 있던 사랑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대의 몸이 없어짐으로 해서 내가 소망을 잃어 버린다면
그대는 나를 잘못 사랑했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빛과 소망과 사랑을 갖다 주며
자신이 서 있는 땅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땅을 더럽히지 않습니다

다머래루는 서로 사랑함으로 서로가 있어야 할 땅을 압니다.
이미 각 자가 있는 땅 위에서
다래는 머루의 뜻을 실현하고 있고
머루는 다래의 뜻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사랑한다는 핑계로
권리를 되 찾는다고 발버둥을 칠 수 있으리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으므로 해서
평안하고 행복합니다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데
어찌 오늘 내가 한 발자욱을 움직일 수 있겠으며
내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고 있는데
어찌 그대가 오늘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서로 사랑하고 있으므로 해서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속습니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다 보니 우리가 서로를 좀 더 깊이 사랑해야 됨을 깨달았고
우리의 사랑이 아직 모자람을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기다립니다

내가 당신을 더 사랑하고 싶어도
그 만큼의 사랑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사랑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머루는 주님의 사진을 보며 울며 기도합니다
다래를 좀 더 깊이 사랑 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어려움을 혜쳐나갈 수 있는
좀더 깊은 사랑을 내려 달라고 말입니다

나는 내가 사랑을 만들 수 없다는 데서
내가 하나님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우리들이 서로를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은
내가 사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사랑을 내려 주신다는 깨달음에서 옵니다

그래서 다머래루는 행복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머리 만의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온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해주심으로
우리는 비로서 타인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잘못 사랑함으로
당신을 괴롭게 했다면
나는 진달래가 됩니다
타인이 나를 밟고 지나감으로
타인을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달래가 타인을 사랑하는 마지막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하나님께서 주셨지만
사랑을 실현하는 것은 사람의 책임입니다
사랑을 실현하므로
비로서 나의 존재는
조금씩 완성되가고 있습니다.

1993. 7. 21. 늦은 9: 30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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