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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내가 있었을 때의 새벽 4시는 아름다웠지요.
감나무엔 홍시가 주렁주렁 메달려있고
불어 오는 바람은 열에 달은 우리의 몸을 식혀주었죠.
밤하늘 별들은 가벼웁게 속삭이며 우리를 어루만지고 ...
말없이 빛났습니다.

.......

우전리의 모래를 덮고 있던
새벽의 찬 푸른 안개들도 ... 아름답고 포근했지만
더 아름다운 게 있었죠 ...

나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던 그대의 여린 팔이,
나의 가슴을 살포시 받혀주던 그대의 가슴이,
나를 짜릿하게 감싸 껴앉고 있었던 그대의 입술이,

나에게 더 좋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게 있었죠 ...

되돌아 오던 우리의 귓 잔등을 울려주던 ...
부풀어 터질듯한 우리의 가슴을 가까스로 막아주던 ...

교회의 새벽종소리였습니다.
그 종소리 속에 우리의 미래는 새벽처럼 밝아왔고 빛났어요 ...

그대의 등 위에 메어있던
[나의] 키-타도 제풀에 튕겨지곤 했지요.
묵묵히 우리를 인도하던 동구 밖 샛길도 ...
그대의 체중이 묻힌 들 뚝가의 풀잎들도 ...
우리가 올라서야만 돌아가던 염전의 물레방아도 ...

미아와 익성이 있어야만 ...
그대와 내가 비껴 앉아야만  ...
노래하던 상정봉 위의 산새들도 ...
붉게 비추던 둥근 달도 ..

모두 (그대와 나의) 소라와 조가비의 즐거운 비명이었고
희망의 속삭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새벽 4 시는
외로운 시간입니다.

그대 없음에 울며
주위의 어둠에 떱니다

어두운 하늘에 초췌하게 떠도는 별도 안개도
묵묵히 그리움만 그려내고
입술과 목에서는 붉은 피만 토해 냅니다.

주위의 적막함에.

(1980년 2월 20일. 기상 1 시간 전(3-4)에 불침번 근무 마치고 잠들려다 미아와의 추억에 사로잡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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