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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9 04:33
체념되어 사라진 원망
조회 수 7534 추천 수 8 댓글 0
난 너 땜에
가여린 희멀건 장미 이파리를 붙들고 있는 지 모르겠소
파리한 얼굴로 .....
흩어진 머리카락을 미아의 잔주름으로 빗고
식어내린 땀으로 씻으면서
한 가닥의 검은 머리카락을 입에 물고
텅빈 밤하늘을 깨우면서 말이오
....
사생(死生)의 어두움을 시체 안치실의 냉동기계가 벗기우고
비원의 웃음이 울먹이며 새어나와 끄덕이며 나를 건드린다 차가웁게.
죽음의 체념과 원망이
은행나무 등에 박힌 살갓들 자욱에서
파란 은행나무 이파리를 덮으며 좀 먹는다
빨간 불 두어 개가
상념의 등대 위를 건너 뛰고
파랗게 질린 불빛이
人의 저편 무덤에서 도망처 나온다
방금
가여린 촛불이 바람에 실리었다
슬피 우는 부인의 심중엔
목련 꽃이 곱게 일어
베르테르의 슬픔에 금이 간다
한 생명이
고귀한 인간의 생명이 스러졌다
인간들은 스스로 파놓은 무덤의 기운을 막지 못했다
난 너 땜에 ...
들었었다 가여린 장미 이파리를
세찬 바람이 불어 와도
손가락이 갈라져도
놓지 못했다
눈물자욱이
백 장미 이파리를 지울 때도.
1980. 5. 19.
서울대 의대 안치실 = 치과대학 앞
보초서면서(계엄군 업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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