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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3 00:53

추우산행(秋雨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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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秋雨山行  
작성자  : *** 
발신일  : 1999-10-18 12:55:22  
수신 상태  : 배달:1  


1800 원이면 춘천에 닿을 수 있을 곳 가평까지 어느덧 나의 발길은 머물러 있어

논문 쓸만한 조용한 곳을 찾아 다닌지 어느 덧 2 일 째야
**와의 두 번째 만남을 되 새길 여유도 없이 빈 집을 찾아 헤메야 한다는 것은
낭만이기 전에 웬지 서글픔이었어 그러나 이러한 고통을 통해 나의 바램이
하나 하나 이루어지리라 믿기에 그렇게 커다란 슬픔이 끊임없이 지속되지는 않는 것 같아

포천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금동이라는 마을 집에서 어제 주일 예배드린 후 그 집을 교회로 삼아 일을 하는 목사로부터 긴 큰 우산을 아 들고 600 미터 높이의 세목 고개를 넘는 순간 내리는 봄비는 울퉁 불퉁 군사도로의 진흙 조각 돌들과 어울려 묘한 아릿다움을 품어내고 있었어 채 시들지 못한 단풍으로부터 피어 오르다 비 물에 젖어 버린 색갈들 그리고 어느 한 때의 전쟁을 위해 열려있는 여러 벙커들은 ** 인형을 메달고 있는 베낭을 내리 누르는 듯했어. 세목 고개를 넘어 바로 그 밑엔 공동묘지들이 관리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고 어느 덧 흐르는 듯 멎는 치프 차 한대에 몸을 싣고 하송리까지 온 다음 짬뽕 먹은 후 다시 포천을 지나 일동에 다다라 현리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어 일부러, 나는 버스 타기 전 대화를 나누던 아주머니 옆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어 외로운 듯한 홀로의 여행의 백미는 모르는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이어지는 풋풋한 정감어린 대화거든......

그 아주머니로부터 소개 받은 곳을 통과해 버린 나는 현리에서 장재울 거쳐 귀목을 향하 는 완행버스에 몸을 실었어 그 완행은 충실하게도 나의 몸을 귀목에까지 실어다 준 다음 잠시 쉬더구먼......

1261미터 높이의 명지산에 가장 깊숙히 다다르는 길이 귀목 끝이더군 이미, 해는 저물어 자야겠다고 맘을 굳힌 나는 민박하기로 작정하고 그 끝에 놓인 농장에서 잤어 거기서,

잠을 잔후 아침 7시 5분에 집에 전화했어 그리고 나는 794미터 높이의 귀목고개를
아침 산 안개를 가르면서 가을 아침 색으로 물든 명지산을 오르기 시작했어 여전히, 고무신에다가 베낭에는 너를 완전하게 닮은 인형이 데롱데롱 매달려 있었어 하늘은 너무 파래 질릴 준비가 되있는 듯하고 구름은 희다 못해 흩어 질려고 작정하는 듯하기에, 그 고무신에 놀라워하는 아주머니를 서둘러 뒤로하고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어

하늘이 질리기 전에 구름이 흩어지기 전에 산을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지 일부러,
기도원엔 들리지 않았어!!!!!!!!!!!!!!!!!!!!!!!!!!!

가다가 점점 아름다움에 취하기 시작했어 그 옛날 지리산 피아골 단풍 색들이 되살아 오르면서
나를 훙분시켰기 때문이야 급기야는 베낭을 내려 놓고 젖은 작은 돌에 앉아 다음과 같은 글을
나의 손에 들려있는 책에 쓰기 시작했어

" 일어나 기도 하기도 전에, 기도한 후 세수하기도 전에
어제 온 종일 메고 걸어 달려온 **(인형)을 슬쩍 건드리면서
'잘잤니 ?...

오늘 가야 할 길 지도에서 확인한 후 화장실에 가 큰 걸 본 후
세수하고 인사한 뒤,만 오천원을 아주머니께 지불한 후
명지 산 귀목 고개를 오르는 중이야 이른 7시 5분 부모님께
전화한 뒤 걸어왔으니까 아마 7시 30분 쯤 됬을거야

새소리 물소리에 잠긴 나는 등에 **와 책 열권을 메고 큰 우산을
흙에 꽂아 놓은 뒤 둘러보니
보송 보송 털이 잔뜩난 산의 몸위로 해가 걸리면서
빛이 타기 시작했어 화려한 색들은 아니지만 미쳐,
말라 시들어 버린 활엽수들이 검 붉은 흙을 덮고 있어

이곳에서 논문을 쓸 수 있으면 좋은련만
내 숨소리마져 시끄럽게 들리는 듯 고요한 곳이야

걸터앉은 바위에서 일어나 나무에 기대어 먼 산을 바라 보려는 중이야
잎들이 붉어질 듯 흐리게 그 색에 적셨나봐
말없어질 듯 흐르는 능선 저 너머가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일거야
거기에 빈집이 있었으면......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아서인지 속이 허기져오면서
신의 흰 고무에 차가움이 몰려오는 것을 보니 이제,
올라가야 할 시간인가 부다

이곳에 집 짓고 모든 것을 묻은 채
인간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

올라가자

.....

7부능선까지 왔어

......

갑자기 환해지며
따스함이 터지기 시작했어
해가 나를 비추이기 때문이라네

어느덧 고개를 넘어 조심 조심 내려와
5부 능선 쯔음에 다다랐어

나와 더불어 햇빛에 다다른 작은 잎새들이
각각의 색들을 쏘다내니
앞 봉우리가 온통 색들의 전쟁터가 되 버린 것 같아
더불어 흐르는 소리가 굽이차며 싸르르 싸아 와!
이 오솔길을 감는가 봐 만약,

내가 빈집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산행이었다면
귀목고개 끝에 올랐을 적에
봉우리 마져 올라 천하를 둘러 보며
색색의 봉우리들에 이름을 지어 주면서 토닥거려 주었을 텐데
너무 아쉬어
미아의 작은 봉우리 처럼 만져 주면서
내 딛고 있는 땅을 달래 주었을 거야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람쥐 산 동물들이 보이지 않는 다는 거야
아마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겠지

아-

하늘은 잔털 구름 하나를 제외하곤 온통 파래
뒤를 바라보니
새벽 서리에 맺힌 나무 잎새 색의 방울 물 사이에 해가 비추니
폭포에 부셔지는 잔 물 방울 처럼 흩어지면서 떨어져 내려 비로 화하는 듯하는구려

다시

뒤를 바라보니
마치 하늘의 파아람에 온통 색이 터지려는 듯
흐릿해진 능선 저 너머로 여러 실이 풀어지더니
그 중 하나 톡 얼둥아기의 심장에
이어져 흐느적 거리다 붉은 눈물 흘리네

아!

그 붉은 빛 사이로 물 안개 피어 오르고
버티어 선 나의 가랑이 사이로
물이 흐르는구려

......

아!

이런, 물 방울들을 머리에 맞으며
걷는 것은 처음이야
호수가 아닌 산 마루에 일어나는 물 안개를
보는 것도 처음이고 아마,
풀잎위에 서린 차가움이
햇빛에 녹아 마르면서
저렇게 일어나기 때문일거야

....

이제 다 내려왔다 (999/10/18일 오전 9시 30분 경에)"

미아야
가평 터미널 앞 pc인터넷 방에서
벌써 40분 가까이 글을 쓰면서
옮기고 있어

이제 춘천쪽으로 가봐야 겠어
거긴 서울과 더 머니 아마 빈집이 있을거야

너의 글 두 개 읽었어
너의 마음과 같은 사랑이야

아마 갈라지는 사랑은 결코
되질 않을거야

미아에게 전화걸지 못함을 서러워하는 얼둥아기가
시끄러운 피시방이 놓여진 가평 버스 터미널에서 그럼...

다음에 보자...

1999/10/18일 오전 9시 30분 경에

[ps: 위 사진들은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2012년 5월 16일에 링크 복사하다: 왕방산/국사봉/소요산연계산행   귀목생태계공원]

[가까운 시일에 다시 그 길을 다시 걸어보며 남은 인생 가는 동안 그 꿈을 이루게하소서 라고 계속 기도 하리라. 2012년 5월 16일 오후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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