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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고있는 고양이를 크지라고 나는 불렀다. 쥐를 잡아 먹고 살기에 ‘큰 쥐’, ‘큰 쥐’에서 받침 ‘니은’과 ‘우’를 떼어 내면 ‘크지’가 되기 때문이다)

앞 왼 다리

도끼로
찍었댓지

살리려

파란 가루
붉은 물
발랐댓지

낫게 하려

기우뚱 넘어지는
널 보며
웃었댓지

슬프게
웃었댓지
헤어질까봐

찾다
찾다
못 찾으면


자주 오는 길목

있었댓지

날 보러


돌아 온
어느 날

썩은 앞 왼 다리
덜러덩
거린 채

반겼댓지
날 만나러

쏘다지는 눈 속
깊은 아픔

내 살결에

부벼댔지
기다렸으니까


공부할 땐
책상 위로
뛰어 올라
쌔근
잤댓지

옆에 있으러

바둑 둘 땐

무릎 위 앉아
잤댓지
님 품에
안긴
여인처럼

마지막

싼 채

지금
누어있구나

식어진
몸 끝에
내 따뜻함
보내려만

소스라치게
오면


쥐 같은 다람쥐
입에
물었댔지

식어져가는
다람쥐같은

열 발톱
치켜
위로
던지며
피는
돌아가고
식기 전

그걸
먹었댓지


다람쥐 털
손 대 보고
식어지는 따뜻함
즐겼었지!


영혼 없으니
내 마음 박혀

영혼으로
왔을거야


이미

였고

죽었으니
이미

죽고 있는거야

아냐

죄로

빨리
죽은거야


새끼
섞은 흙에


묻어줄게

엄마노릇
모른 채
결국
새끼
섞은 흙으로
들어가는구나


생명
도로 보냄은

죄이니


내 대신
죽은 셈이
되는구나

크지야?

이제
묻어줄게

다시

찾아 오렴

(1994. 10. 7. 아침
죽은 크지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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